영락교회 평생대학 사진반에서 남산의 가을 촬영을 위해
야외촬영을 하기로 했지만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나로서는 차라리 먼저 혼자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오늘 다녀왔다.
이태원에서는 3번 마을버스가 있어 편리하다.
버스에서 밖을 내다보니 울긋불긋 단풍이 곱다.
언덕을 올라가는 버스가 한 두대가 아니고
버스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사람도 많지만
그 틈에 끼여 극성스럽게 걷는 나조차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왜 남산을 오르는지를.
지는 햇빛을 받아 눈부실 남산의 단품을 예상하고
이를 찍으러 가는 나는 하늘이 흐려 은근히 불안하다.
다리를 쉴겸 근처의 풍광을 즐기느라 걸음을 멈추는데
젊은이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드릴까요" 한다.
그 마음씨가 고와 오히려 내가 그들을 찍어주었는데
곱게 생긴 젊은 한 쌍의 커플이 보기 좋다..
사랑의 언약의 열쇠꾸러미가 있는 곳으로 간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자물쇠가 날로 늘고 있는 느낌
이제도 막 새 연인이 자물쇠를 걸고 있으나
더러 땅에 떨어진 자물쇠도 있어 안타깝다.
지는 해가 안개 속에 갇혀버려 나는 집에 돌아가려고 계단을 내려서며
떠나기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았다.
이때였다.
나무가지 사이로 붉은 해가 비친다.
다시 자물쇠 있는 곳으로 가서 셔터를 누른다.
신통치도 않는 한 두 컷을 위해서 다리품을 팔면서 기어오른 게 허전하고
별 장면도 아닌 것을 찍었다고 투덜대면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오늘은 이것으로 끝이라고 선언하면서.
동네에 닿을 즈음엔 땅거미 짙게 깔리고
나는 이렇게 10월 29일을 떠나보냈다.
오늘의 숙제를 끝마치면서 안도의 심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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