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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서(2014-07-15 08:31:48, Hit : 1509, Vote : 418
 시원한 물줄기 옆에서

 

 

 

마른 장마에 타들어가는 농토에 농민의 시름은 깊어가고

농사를 짓지 않은 도시인들조차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다.

나는 찜통 같은 더위에 광화문 내과병원에 간 것은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기 위해서였다.

 

 

갈 때는 청소를 하느라 한창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청소가 끝나 하얀 물줄기가 솟고

그 사이를 한 어린이가 누비고 있었다.

가믐 속에 귀한 물이 멋대로 흐르는 게 아깝지만

그대로 받으들이기로 했다. 

즐기기로 했다.

 

 

 

 

분수는 그다지 멋없게 솟지만 살갗에 와 닿는 촉감이 시원하다.

카메라를 꺼내 솟았다 부서지는 물줄기를 따라 눈을 돌린다.

 

 

 

 

 

 

 

 

 

 

 

初伏을 며칠 앞둔 날씨는 꽤나 따갑다.

그래서였을까.  행인도 적고 관광객도 보이지 않는다.

죄우로 흐르는 차들의 행열이  오히려 굼뜨고

신호에 걸린 차들이 분수의 물줄기를 즐긴다.

 

 

 

 

 

 

 

 

 

 

 

 

이순신 장군은 여전히 우리를 굽어보고....

 

 

세종대왕 역시 좌정하고 계시다.

 

 

 

시간이 흐르면 이 더위도 가시고 철도 바뀌어 겨울이 올테지.....

생로병사, 성주壞空, 生住異滅.....

형상은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를 끄떡이며

나날이 굽는 허리를 받치느라 지팽이를 짚는 나를 돌아본다. 

더위와 씨름하기도 힘든 이 여름에 나는 세월과도 씨름을 하느라 힘겹고

판정패인 자신을 뻔히 알면서도 안간힘을 쏟는다.

 

그래도 여름은 더워서 좋고 내가 살아 있어 좋다.

그렇다고 죽음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삶이 축복이라는 건 분명하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

 

나를 바라보듯이 꽃을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오늘이 행복하기만 하다.

 

 

 

 

 




鄭周泳 (2014-07-15 12:12:59)  
사진이 한장도 안 나옵니다.
왜일까요?
시원한 물주기 사진이 더위를 식혀주기 바랐는데


1
박진서 (2014-07-15 18:47:36)  
이상하다?
나는 잘 나오는데요.
코너의 배꼽을 눌러보세요. 더러 사진이 나타날 수가 있더군요.
아까워라. 온통 물줄기의 사진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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