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9월
고추잠자리 춤을 추고, 맨드라미, 분꽃이 고운 자태 드러낼 때
나조차 저들틈에서 가을을 즐기고 싶어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어느 틈엔가 나는 인사동 경인미술관 뜰에 서 있고
고개를 치켜드니 지붕 틈으로 드러낸 하늘도 고운데
땅에는 하늘의 솜씨인지 그림자 드리운 뜰이 멋지다.
경인미술관의 뜰조차 작품이다.
큼직한 화환이 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어
빨려가듯 나는 그 안에 들어섰다.
시원한 수묵화가 나의 시선을 끌어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화가가 남자인줄 알았으나 곁의 여자분이 바로 작가라고....
외양만 여자지 남성 같은 분위기를 지녔다.
프랑스에 체류중인 작가라는데, 호를 한불 또는 矛盾이라고
특별난 데가 있어 느낌이 좋다.
모름지기 화가는 특별한 그런 분위기를 지녀야 하리.
그런 친구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미술관을 나왔다.
오늘의 인사동은 복잡했다.
무슨 축젠가를 벌리고 있는 모양인데
토요일이라서 그렇고 가을이라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부터 인사동의 매력에 끌려 왔으니 말해 무엇하리.
별로 걷지 않았는데도 꽤나 피로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온다.
온종일 말없이 떠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어느 날, 혼자 遠行을 할까?
시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잠시 다녀오기로 하자.
가슴이 두근댄다. 벌써 마음은 시골에 가 있고
시골추억을 한아름 안고 돌아오는 내가 저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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