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꼼짝 안한 것은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칩거했기 때문이고
어디 나서기가 무서울 정도로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 벼르고 별러 인사동으로 갔다.
걸으면서도 길을 나선 것을 후회한 것이 여러 번
쉬려 해도 쉴 자리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다리를 쉬려고 한 가게에 들어가 단팥죽을 먹었다.
한 탕기쯤 되는 양의 단팥죽은 맛있고 달콤했다.
핑게김에 쉬는 자리는 또 얼마나 편안하던지.....
단팥죽을 먹을 수 있을 여유 있음에도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경인미술관으로 갔다.
예쁜 인형의 전시.....보는 순간 내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그렇다. 잠들었던 영혼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것이
다시 사는 기분이 되고, 잠들었던 영혼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런 경험을 하고 싶어 자주 미술관을 드나드는지도 모를 일.
어쨌든 무겁던 기분이 가벼워진다.
얼마 전에 다시 침대에서 떨어졌다.
꿈을 꾸다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이번엔 가볍게 다쳐서 하루 정도 드러누을 정도였다.
안되겠다싶어 복지사를 불러 침대를 치우고 매트래스만 바닥에 깔았더니
마음이 놓이고 아주 편안해졌다.
어느 틈엔가 남의 손을 빌려야만 하는 나이가 된 것이 서글프다.
그래도 눈이 떠지는 아침이면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
새아침을 주신 게 얼마나 황홀하고 감사한 일인가 해서.
1년 전에 받은 종이쪽지를 꺼내 읽어본다.
際煩하옵고,
무더운 장마철을 무사히 견뎌낸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식사대접을 하려고 여러번 생각하면서도 지금까지 미루어 왔는데
귀하도 그렇고 나도 쉽게 나다닐 형편이 안되어 실례를 무릅쓰고
여기 점심값을 동봉하니 나무라지 마시고 笑納하시면 고맙겠습니다.
부디 더운데 몸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구레.
가는 문제는 귀하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정하는 것이니
겸손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시지요.
끝내는 갈 것이니깐....
2013. 8. 7
이 쪽지를 읽고 나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직도 쓰지 못하고 있는 그돈은
그의 사랑을 간직하고 싶어서이고
쪽지는 아깝지만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다고 추억까지 버릴 수는 없지만....
서너 시간의 외출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녹초가 되었다.
한잠을 푹 잤다.
이제 머지않아 영원히 잠들것이지만
다시 눈을 뜬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으로 감격에 젖는다.
그래서 모처럼 일기를 쓸 기운이 솟아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나님의 돌보심과 사랑 있음을 믿는 한 나는 행복하고
살아 있어 고맙다.
미국의 딸과의 통화에서
" 엄마, 아프지말고 오래 사세요!"한 말이 오늘따라 내 귓가를 스친다.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
그도 하나님께 달렸지만,사는 동안은 큰 고통이 없으면 좋겠다.
누구나의 소망이겠지만......
가끔 인사동에 가서 전시를 보며 기운을 차려야겠다.
거리의 사람이나 전시실의 작품을 보며
천하만물이 쉬지않고 움직이는 것을 보며
그중에 나도 자극 받으며 열심히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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