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의 하늘공원에 가려면 6호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에서 내린다. 그러고도 한참을 걷는데
몇 번을 오갔었건만 길을 잃어 묻고 또 물으며 가다가
나중엔 묻는 것조차 귀찮아 남들 뒤를 따라갔다가
웬 걸 엉뚱한 데로 나와 뒤돌아서서 횡단로를 건넜더니
이제야 눈에 익는 길이 보였다.
하늘공원 초입에서 맹공이차(편도 1000원 왕복 3000원)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하늘공원 입구에 닿는다.
하늘에 걸린 억새가 반갑게 맞아주고
날씨가 흐렸다 개었다하는 바람에 내손은 카메라 조절하느라 바빴고.
왼편에 펼쳐진 코스모스밭
화사한 코스모스를 보자 구리시에 못간 올 가을의 한이 절로 풀리고
이 가을을 뜻있게(?) 보내게 되는 오늘이 행복하다.
그러고보면 해마다 이 하늘공원을 찾았던 추억이 새삼스럽고
여럿이서 또는 혼자 찾아온 하늘공원이 존재해 고맙다.
천천히 건너편 억새밭으로 간다.
어느 해인가는 억새가 예쁘게 꽃을 피웠는데
그때는 지는 햇살을 받아서였던지 눈부시게 예뻤다.
다리도 쉴겸 들고온 간식과 커피를 마시려 억새뒤에 앉는데
오늘의 몸컨디션은 그만그만해서 기분좋다.
어제 시화전을 끝냈는데도 그다지 피로하지 않으니 다행.
어쨌든 모두 좋다.
살아 있어 좋고 하늘공원 억새 품에 안겨서 좋다.
아까 트럭에 귤을 싣고 온 아저씨가 김밥 파는 여인에게
물좀 있느냐고...약을 먹으련다고 말해도 대꾸가 없는데
이를 엿듣던 내가 선뜻 배낭에 있는 생수를 건넸다.
어제 이란씨의 1日1善의 실천얘기가 떠올라서가 아니라
오죽 급하면 약을 찾았겠는가 싶어서 내 형편을 생각해
물을 준 것이다. 물병은 새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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