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시고 절기상으로 處暑가 지나니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달라져
차렵이불을 치우고는 누비이불을 꺼냈다.
날씨탓일가?
이유없이 허전하고 쓸쓸하고 권태로운 것은.....
그래서 집을 나서 간 곳이 인사동.
인사 아트센터의 3층의 제1특별관으로 들어선다.
브론즈의 조각은 모두 익살스러워
작품을 보는 순간 우울했던 심경이 사라지고
오히려 밝은 기분에 싸인다.
잘 왔네!!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작품과 대화를 나누면
조각은 말없이 그 표정 그대로 내게 말을 걸고
나는 나대로 빙긋이 웃음으로 대화를 대신하였다.
내 가슴에 뭉쳐있던 그 무엇이 펑 뚫리는 것 같다.
개운하다.
요즘 갑자기 감사할 일이 많아졌다.
아침에 눈 뜨면 살아있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복지관에 가서 식사를 하는 내내 주방에서 수고하는 봉사자에게 감사하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나를 위해 핸들을 잡는 버스기사가 고맙고
집에 와 누우면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자식이 고맙다.
그 무엇 하나 나를 위해 수고하지 않은 손길이 없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
하기사 이 목숨마저도 내 것이 아니고 위탁받은 몸이라 생각하면
함부로 휘둘어 살 게 아니라고 본다.
브론즈에 피가 돌고 감정이 스민 이 자리에서
명색이 육신을 가진 내가 돌 같이 살아서야 되겠는가?
반성을 하게 되는데
작품도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담배를 꼬나물고 긴 숨을 내뿜는다.
호강에 겨워서 불평같지 않은 불만을 토로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나를 웃기려고,
나를 기쁘게 하려고 작품을 만든(?) 작가에게 인사를 하려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얼굴을 가린다.
아무리 가려도 다 드러나버린 작가 우성립씨는
영남대학교 대학원 조소과와 대구가톨릭대학교 조소과를 나온 수재
다섯 차례의 개인전과 두 차례의 초대전 그리고 다수의 단체전을 가진 작가이다.
이 전시가 끝나면 9월에 울산에서 다시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작가님
작품 잘 보고 갑니다.
덕분에 나의 우울이 해소되고 어느덧 새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감사 드리고, 언제고 다시 우성립씨의 전시를 다시 볼 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밖에는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세차게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더 가까이 다가설테지.
그러면 나는 더 많은 전시회를 찾아 새로운 정신무장을 해야 할테고
미지의 내일을 꿈꾸며 맥주잔이라도 기울이기에 아주 좋은 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지만 내 안에 작은 불꽃이 일고 있다.
그래서 어둡지만은 않다.
비바람이 불어도 불러만 주신다면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