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민속촌에 다녀왔다.
할 일이 없으면 사는 게 지루하고 재미없고 해서
무얼 하더라도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나야 편안해지는 나로서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가는 길을 익혔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동안은 어찌 다녀왔는지 기억조차 없는 길
초행처럼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그래도 용케 민속촌에 닿아 안도의 숨을 고르며 멀리바라보니
이번에는 입구까지의 1.2KM나 되는 거리가 아득하다.
그래도 희망이 있고 행복하여 지팽이로 확인을 하듯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였다.
아침을 거르는 나로서는 점심을 조금 일찍 먹는 편이어서
11시반이지만 '兩班莊'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양반장에 들어가 고급스런 음식은 먹지 아니하고 常人의 밥상인
도토리묵 비빔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어서 맛있게 먹었다.
거기에 배불리 먹었다.
식당에서 나와 우측으로 꺾어지니 다리가 있고 그 아래 물이 흐른다.
재미있는 것은 빈배에 삿갓을 쓴 선비가 혼자 타고 있는데
이게 인형이라니....그래도 이런 아이디어를 내 이의 재치가 훌륭하다.
입구에서 받은 안내서를 읽을 새가 없어 그저 눈 앞의 길을 걸었다.
남부, 북부지방과 중앙의 中農家나 小農家의 민가가 즐비하고
가끔 바람에 일어나는 누런 황토먼지를 뒤집어써가며
초가지붕 안을 드려다보고 살피고는 나 혼자 즐거워했다.
아마 우리의 것이라서였던지 볼수록 정겹고 친근한 광경이다.
남부지방 大家의 大門은 솟을대문에 아흔아홉칸의 집.
내 전생에 한번쯤 저런 집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허풍을 치며 혼자 히히덕거렸는데
史劇을 하도 많이 봐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자기변명이다.
실은 2003년에 <대장금>을, 2007년에 <왕과 나>
2010년에 <성균관스캔들>과 <동이>를 여기 민속촌에서 찍었고
2012년에 <해를 품은 달> <광해>에 이어 2013년에는 <관상>을
2014년에 <별에서 온 그대>를 찍음으로써 한류뮨화관광지로서 주목을 받게 했다.
한국민속촌에서는 민속마당, 전시마당, 공연마당, 체험마당 외에
놀이마당 사극마당도 있다.
시간이 어중간해서 오늘은 국악비보이의 공연만 보았지만
이밖에도 농악놀이, 줄타기. 마상무예, 전통혼례등은
힘이 들어 더 보지 못했다.
그래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열심히 뷰어를 드려다보긴 했다.
공연이 끝난 무대는 훵하니 쓸쓸한 것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레같은 박수와 환희의 고함소리는 사라지고
공연장은 거짓말처럼 썰렁하고 조용하다.
박수의 뒤안길은 언제나 적막으로 채워진다.
竹夫人을 만들고 있는 장인의 노고가 보인다.
돌아나올 때의 민속촌은 학생들로 가득했고
그들의 손에는 숙제의 글씨가 빽빽한 메모지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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