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지관에서 그 노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성스런 콩죽과 물김치를 갖다준 그의 정성에 답하기 위해
감사의 뜻으로 넣은 300정짜리의 영양제는 은근히 무거웠고
그릇 임자를 못만난 나는 아쉬움이 더해 천근만근이다.
오늘 한 일도 없는데 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곧 누워, TV의 수다를 듣는다.
방송중에 남산의 벚꽃이 화면 가득히 들어와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 남산에 가서 벚꽃을 보고 사진을 찍어야지....하며 일어섰다.
405번 버스는 남산 순환도로를 휘어 돌고 나는 스쳐가는 꽃나무를 즐기는데
막상 남산도서관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데 셔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아? 어쩐다?
이리저리 돌려봐도 셔터가 말을 듣지 않으니 난감하다.
결단을 내렸다.
택시를 타고 숙대입구역 앞에 있는 삼성서비스센터로 향하는데
기술자 말로는 자동셔터 조작으로 되어 있어서 그렇지 고장은 아니라고.
다시 택시를 타고 떠났던 그 자리로 돌아와 다시 셔터를 누른다.
기분이 좋다.
돈의 위력에 새삼 감탄하고 소폰서인 딸과 사위에게 감사를 띄운다.
택시값을 치르고서야 남산의 벚꽃을 감상할 수 있었던 오늘이지만
그런대로 기분 좋아 반경100m에서 하늘과 땅을 맴돈다.
벚꽃의 낙화는 눈같이 고운데, 어찌하여 목련은 이다지도 처참할까.
누구라서 꽃마다의 최후를 저렇게 다르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말없이 굽어보는 꽃송이를 우러러 보면서 한때라도 아름답게 피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꽃나무를 고맙게 여기면서 작별을 고했다.
운이 좋으면 내년에 다시 오마하고.....
남산에 우뚝한 서울타워
오늘도 꽃 속에서 서울을 지키는 서울타워를 바라보면서
내일도 우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며 남산을 내려온다.
꽃잎은 잘 가라고 손짓하듯 꽃송이를 한 둘 떨구고
나도 잘 있으라고 손짓하듯 눈길을 보냈다.
이렇게 봄은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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