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온이 21도
올해 들어 제일 따뜻했던 날씨
위장약과 고혈압약을 타러 광화문의 성혜내과에 가는 길에
청계천을 지나치는데, 많은 사람이 있다.
아마 봄을 맞이하러 청계천으로 모여들었나보다.
분수는 멈춰있었지만 주름진 수면은 그런대로 볼 만했다.
세종로 광장은 아직도 세월호의 노란 물결로 가득하고
화분의 꽃양귀비만 오가는 사람에게 눈웃음을 던진다.
병원에 다니는 것도 힘들어 석달치 약을 처방 받으면서
이 걸음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나를 따져본다.
오늘은 좀 쉬고 싶었으나 여러 차례나 받은 문자 메시지 때문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동창회에서 개최하는 문화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클래식에 관한 강좌로서 이탈이아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바리톤 임준식씨의 강의인데
음성도 좋았지만 내용도 재미있다.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오텔로, 아이다로 알려진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간간히 불러준 오페라의 한 소절은 오늘 강좌의 꽃이다.
박수를 받으며 앵콜을 받으며 강사는 신이 났다.
수강자인 우리도 엔돌핀과 다이돌핀을 받으니 만면에 희색이 감돌아 행복하다.
두 시간의 강의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짧았던 느낌.
강의가 끝나고 기념촬영, 나도 한몫 끼어 그들 틈에 끼어 사진을 찍었는데
후배인 許英沃씨가 저녁을 사겠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 온 터라서 배는 고프지 않지만
기회를 놓지고 싶지 않아 응했다.
그리고 근처의 삼계탕집에 가서 둘이 맥주를 마셨다.
즐거웠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의 술자리는 기분좋고
거기에 삼계탕까지 내 손에 들려주어 집에 들고 왔으니 기분도 좋고.
택시를 타고 오는 이태원 거리는 오늘따라 다정하고 익숙하다.
다음엔 내가 술을 사야지...스스로 나에게 약속을 하는데
자꾸 웃음이 난다. 아마 행복해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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