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확연히 봄인 것은 도처에 꽃이 피어있고
여인들의 복장이나 화장이 화사하고 표정이 밝아서 봄인줄 알겠고
거리를 지나칠 때마다 만나는 노란 개나리와 분홍 진달래,
노란 산수유가 방긋이 미소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서이다.
오랜만에 나온 경인미술관의 뜰에도 꽃이 피었다.
목련이 지면 땅에 떨어진 그 처참한 몰골이라니....
차라리 꽃망울 지고 눈부시게 핀 목련꽃만을 상상하자.
홍윤숙 시인이 노래한 꽃상여를 떠올리며 쓸쓸히 목련을 바라본다.
경인미술관 제2전시실에는 '몽키 몽키'란 타이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사연인즉 출품자 모두가 원숭이띠라는 것
그래서 영어로 몽키 Monkeys라고 했구나.
재미있다.
진화론에 의하면 우리의 조상이 원숭이었다니까 그럴 듯도 하지.....
젊은 원숭이 작가들이 오손도손 앉아있고
손님 대접이 공손하니 고마워 나는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며
다리도 쉴겸 의자에 앉아 함께 수다를 떨었다.
내게 커피를 권한 작가 남필수님을 그녀의 그림 앞에 세우고
나도 인사치례로 사진을 찍는데
'낯선 일상'이란 제목보다는 난 차라리 석류의 사랑이라 하고 싶어
혼자 안으로 되뇌였다.
가구를 만든 작가 임대중씨는 그의 작품 앞에 세워 그도 찰칵!
덕분에 오늘의 내 블로그는 화려해지겠는데
이 전시는 다음주 화요일까지라고.
다른 전시실을 기웃거렸다.
광고에 있듯 세상에 딱 하나뿐인 감성인형이 귀여워
하나 살까 어쩔까를 망설이다가 단념했다.
있는 물건도 없애는 판국이라서.....
대신 사진을 찍었다.
인형 틈에 있는 작가마저도 인형만큼이나 귀엽게 보인다.
그리고 다시 다른 전시실로 발을 옮기는데
벌써 개인전이 열세번 째라는 백미경씨의 押花전시
악세서리 소품에다가 전등 액자 등이 눈부시다.
나다니기에 좋은 계절이라서 이봄이 썩 좋고
하긴 여름은 더워서 좋고 겨울은 추워서 좋은
거기에 나 살아 있어 좋은 세상
내일이 없다 해도 오늘을 한껏 즐기기로 하자.
작가는 작품으로 남기지만 나는 감상하며 사진 남기는
일만으로도 족하리.
오늘의 인연, 모두 고마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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