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저함없이 집을 나선 것은
이미 어제 국립민속박물관에 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고,
405번 버스를 타고 시청앞에서 마을버스로 환승하면서
쉽게 민속박물관에 도착하는 때는
정월 초이틀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민속박물관으로 모여드는 듯
넓은 박물관 뜰이 빽빽하고
입구에 있는 조형물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끈다.
그 앞에서 서성이던 중국인 어린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결국 말을 타고나서야 흡족해 미소를 띠었다.
추석명절이거나 설날엔 으례 민속관을 방문하는 나를
낯익은 풍광은 반가이 맞아준다.
고마운 일이다.
자그마한 효자각도 그 주위에 즐비한 돌장승도 여전하고....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생활민속문화를 전시, 체험, 교육하는 문화공간이다.
1946년 국립민족박물관으로 시작, 56년에 한국민속관으로 개칭,
다시 1975년 한국민속박물관을 거쳐 79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직제 개정
92년 문화부 직속기관으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독립했다.
그리고 93년 현 건물로 이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연혁이다.
앞에 보이는 건물 중앙은 법주사 팔상전(5층 건물)을
오른쪽은 금산사 미륵전, 왼쪽은 화엄사 각황전 모양을 본 떠 디자인했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운수를 보기 위해 윷점을 쳤는데 올해는 생략했다.
그럴 것이 운수가 좋아야 어쩌겠으며 나쁜들 얼마나 나쁘랴싶어서인데
이제는 좋고 나쁨도 없고, 아니면 좋고 나쁨에 상관치 않는 오늘이 있기 때문이다.
본관으로 들어서자 도포에 망건을 쓴 선비가 토정비결을 봐주고 있다.
나도 그 틈에 낄까 했는데 점심시간이라서 쉰다고.
에구! 운이 안좋구나.
포기하고 실내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언제 보아도 새롭고 관심을 끄는 역사는 여러번 듣고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한민족 생활사(1전시실), 한국인의 일상(2전시실), 한국인의 일생(3전시실)을 본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로서는 농촌풍경이 낯설고도 그리워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림에서나 보는 시골 광경이다.
올 때마다 보는 김장 담그는 모습...언제 봐도 재밌고 흥미 있다.
앞마당에서 있은 농악연주를 마지막으로, 나는 민속박물관을 나왔다.
오늘은 비교적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던 것은 미리 먹은 진통제덕이었는지도.
한해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여러 방편을 쓰는 우리들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하늘의 도우심을 바라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걸 잊지말아야 하리.
다락에서 할머니가 꺼낸 토정비결을 믿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그 어린 것이 할머니가 된 오늘, 나는 또 누구에게 토정비결을 이야기하랴?
아니다. 한국민속박물관 있어 歲時따라 후손에게 歲俗을 전해주니 다행이다.
평화가 있는 오늘이 좋고
우리는 평화를 위해 꾸준히노력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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