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동안은 빼놓지 않고 참관했던 국제꽃박람회
올해도 벼르고 별러서 고양시 정발산역으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쩌다 비오는 날에 나들이를 하게 되었는지...
현수막에는 현장이 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적혀있지만
내게는 우산을 받쳐들랴, 지팽이를 짚으랴
더구나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게 하랴....손이 여러개라도 모자랄 지경에
초반부터 벌써 다리가 아프고 힘들다.
입장료는 할인해서 7천 원
그러니까 꽃박람회에 오고 싶은 욕망이 값으로 따져 7천 원인 셈이고
이제 박람회도 올해로 종지부를 찍어야 겠다.
걷는 거리가 내게는 너무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붕이 있는 벤치에 앉아 준비해온 커피를 마시고
진통제를 먹으나 허리며 다리 아픈 건 여전하여
다시는 올 수 없을 것을 각오하니 갑자기 쓸쓸해진다.
바람은 우산 속으로 들어와 카메라가 젖을가봐 신경을 쓴다.
올해의 주제는 꽃과 평화, 신한류의 합창
그리고 참가국은 25개국에, 329개 업체라고 한다.
비에 젖은 클로바 잎새의 빛나는 빗방울이 고와
쭈그려 앉아 이를 찍지만 현장감만큼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하이힐이라는 제목의 작품 앞에서 멈추는데
비를 맞아 마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여 찰칵!
귀여운 고양이는 선인장으로 꾸며져 있어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모여든다.
행사장에 의자는 많으나 비에 젖어 그림의 떡이고
모처럼 빗물에 젖은 의자는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듯.
비가 와서였던지 오늘의 행군은 꽤나 힘들었고
이제 이런 참관도 줄어들 게 뻔해 생각사록 쓸쓸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눕고 한참 후에 이것을 쓴다.
세월은 어쩌지 못함을 통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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