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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서(2013-11-15 21:32:04, Hit : 1595, Vote : 38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오늘은 경복궁 옆

민속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행차를 했다.

늦은 오후에 비가 온다는 뉴스를 듣고 우산을 챙겨가지고 말이다.

  

 

여느 박물관이 그러듯이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서운한 마음으로

입장권을 사려는데, 종류가 많아 고르고 있던 중 경로는 무료라고 하니

얼씨구... 기분이 좋아진다.

안내서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지난밤 꿈을 떠올린다.

그건 이웃집 마당의 무성한 잡초를 걷어내는 꿈이었는데 길몽이었던가?

깨끗하게 치워진 집안을 흡족히 여기는 그런 꿈이었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셔터를 눌렀다.

널찍한 방에 걸려 있는 작품은 모두 대작으로

현대식 감각의 솜씨가 엿보인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느라 에레베이터를 타고

문을 여는 순간에 놀랐다. 사람 셋이 홋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멈칫했다.

그곳에는 안내인도 없었고 관람객도 없어 썰렁했으나

얼마 후, 사람이 아니고 작품인 것을 알았다.

 

 

 

 

옆방으로 갔다.

감시의 눈을 피하느라 사람의 뒤에서 셔터를 누르는데

나쁜 짓을 하려니 가슴이 두근대어 다시는 그러지 않았다.

 

 

 

 

 

스위스의 작가 마크 리....

사각의 크고 작은 기둥(스무 개가 넘는)을 세워놓고

여기에 비치는 영상을 비추는데, 세계의 10000여 곳이나 되는 영상이다.

어두컴컴한 장내에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고 싶은 장소를 클릭하면

몇 초 후에 그곳의 영상이 드러나는 장치.

호기심이 일어 서울과 일본의 가고시마(鹿兒島)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옆방의 스크린에서 비추는 영상을 보는데

영화관만큼이나 큰 스크린에 비치는 자연의 영상은 별로 신기하지는 않았다.

많이 보아오던 장면이므로.

이젠 사진도 현대미술에 속하는가?

(나는 너무 모르는 게 많아 부끄럽다)

 

작가가 의도하는 걸 알아내려고 뚫어지게 스크린을 본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육성의 노래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가는데.....

 

 

 

 

아! 천사의 노래소리.....

노래가 다 끝나자 나는 속사가이듯 그녀에게 말했다.

"천사의 노랜가 했어요."

그랬더니 그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의자에 앉히더니 이번엔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겠단다.

순간, 놀라고 기뻤다.

심장이 두근댄다. 노래를 듣는 내내 나는 뛰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참느라 애를 썼다.

 

달콤한 멜로디에 사랑스런 가사가 혹 우리말이었더면 나는

펑펑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황홀한 순간이었다.

 

 

이런 기분을 어쩌지 못해 나는 휴게소에서 커피와 케이크 한 쪽을 주문하고

흥분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얼마 전에 덕수궁에서는 전현대 그림을 보고

오늘은 국내외의 현대미술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게 되니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전시실을 맴돌고 있는 것도

모두 그분의 은혜라 생각하니 더없이 감사하다.

 

 

 

영화도 상영한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안내문을 보면서

장차 바빠질 나의 일과에 작은 흥분이 밀려온다.

 

현대미술관 앞에 우뚝한 150년 묵은 비술나무 세 그루

사진을 찍으렸더니 밧데리가 없다는 경고가 나와

한참을 서서 물끄러니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언젠가 다시 와서 찍게 될 비술나무.....

그땐 나를 나를 보고 반겨줄까 은근히 기대하면서 돌아섰다.

 

날씨는 곧 비라도 올 것 같이 한껏 흐린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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