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공원에 코스모스가 피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듣고
부랴부랴 오늘 선유도공원에 가기로 하면서
먼저 치매센터에서 빌려온 책을 용산구청에 가서 돌려주고
간김에 전기맛사지도 하고 돌아섰다.
지하철 합정에서 당산으로 가면서 선유도는 한 정거정 앞이라고 들었지만
자신이 없어 택시를 타기로 하는데
택시를 탄다는 것이 잘못 방향을 잡아 합정으로 다시 가서
유턴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래도 하는 수없는 일, 목적지에 왔으니 감사한 일이다.
공원 쳐놓고는 초라하고
입구부터 허술하고 손님을 맞는 태도가 엿보이지 않아 허전했다.
그래도 손님은 여기저기 보인다. 걷는 사람도 있고 쉬는 사람도 있고.
벌써 나뭇잎에 단풍이 들었다.
오늘이 秋分이니 그럴만도 한데 한낮은 여름만큼 덥지만
그늘은 시원해서 걸을 만하다.
'선유도이야기'란 글씨가 있어 가까이 갔더니 공사중이라고.
또 허탈을 느꼈다.
뭐 볼 게 있나, 뭘 느낄 게 있나?
그래도 오늘을 즐기느라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또 걸었다.
직원인듯한 사람에게 코스모스 핀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고개를 갸웃뚱
"글쎄요. 저기 밖에 있으려나?"
울타리를 쳐놓은 곳은 나갈 수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지,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멀리 보일 뿐.
밤송인가 했더니 이름모를 버섯인데
저렇게 고운 모습인 걸 봐서 독버섯임이 틀림없을 것이고.
피로하고 목이 말라 편의점에 들러 밀크커피와 빵 하나를 사는데
젊은 종업원이 어찌나 친절한지 선유도공원에 서운했던 감정이 말끔히 씻겼다.
창가까지 안내하며 "누가 뭐라면 여기서 식사했다고 말해드릴께요"란다.
고마운 청년....
차분히 한강을 즐기며 밖을 내다본다.
어제 둥둥섬에서 바라본 한강과 또 다른 한강을.
파주에 살면서 매일이다싶이 지나치며 바라보던 붉은 철교도 정답다.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는 억새가 머지않아 하얀 꽃을 피우겠지.
집을 나온지 이럭저럭 서너 시간이 지나 피로해 쉬고 싶으나
숲에서 날아드는 모기가 무서워 그나마 쉬지도 못하고 또 걸었다.
아니, 걸었다기보다 다리를 끌면서 걸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강변에 늘어진 버드나무가지는
흐느적거리는 풍류를 알아채는 나그네를 향해 잘 가라고 손짓을 하고
하얀 구름마저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배웅을 한다.
나도 저들에게 눈길을 보내며 즐거운 선유도나들이었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