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거울을 볼 때면
오른쪽 눈꺼풀에 붙은 작은 혹이 신경에 쓰인다.
언제부터인가 좁쌀만한 살이 생기더니 점점 커지면서
지금은 녹두알 만해졌다.
어느날, TV에서 본 영상이 잊혀지지 않은 것이
얼굴에 생긴 작은 혹이 점점 자라 급기야는
흉칙한 혹이 얼굴을 덮다싶이 자란 영상이다.
끔찍했다.
나도 이 작은 혹이 눈을 덮고 얼굴을 덮는다고 생각하면 큰일이라
일찌감치 피부과병원을 알아보고나서 오늘 아침에
양재역에 있는 차엔박피부과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의 규모가 크고 간호사들의 응대가 좋다.
한눈에 잘 온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놓이는데
카르떼를 쓰고나서 설명해주는 의료비조차도 부담이 가지 않아 좋다.
세수를 하란다.
그리고나서 환부에 마취고약을 바르고는 한참 있다 치료실로 들어오라는데
치과같은 분위기의 자세로 누우니 날카로운 바늘이 내 얼굴을 훑는다.
한 2, 3분쯤 걸렸을까?(더 길었는지도 모르지만)
다 끝났다는 것이다.
너무 쉽다.
별로 아프지도 않아 안도의 심호흡을 하고는 치료실에서 나왔다.
거울을 드려다본다.
멀쩡하다.
그런데 누가 치료를 했는지 궁금한 것이 내 눈은 가리워졌고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 같지 않으니 누구였을까?
아무렴 그게 누구면 어떠랴?
일만 잘 끝났으면 됐지...결과를 보느라 거울을 드려다본다.
눈 위의 가시 같은 혹이 없어졌다.
대추알 같은 혹이 내 눈을 덮었다고 가정하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
돌아오는 길의 행보는 가볍고 상쾌했다.
거리에 단풍든 나무조차 아름답고 편안하다.
온전한 얼굴을 평상시에 고마운줄 모르고 지냈던 내가 새삼스레
감사하여 하늘을 우러르며 감사를 띄웠다.
오늘따라 허리와 무릎 통증이 없어 행복했던
10월의 마지막 31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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