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과의 약속은 으례 인사동에서 하는데
전시작품도 감상하지만, 점심도 먹고, 낯익은 문화의 거리도 걷고
차를 마시며 얘기도 하고.....
서울의 중심이어서 교통도 편해서 버스며 전철이 연결되어 있어서 좋다.
오늘 전 시인과 만나기로 했는데, 그새 많이 아팠다고 들어 걱정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안색이 좋아 안심했다.
나는 가끔 지나친 예상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벗곤 한다.
다행이다.
인사아트센터 앞에서 만나 전시실로 들어갔다.
떡가래같은 것이 돌이라니......
차가운 돌에 불어넣은 작가의 生氣로 작품은 살아나고
창작이라는 것이 이처럼 신기하고 신비한 것인지 새롭다.
'흙으로 사람을 빚어 생기를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2:7)
믿을 만하다.
작가의 실제모습이라는데
높이 날으려는 작가의 꿈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다른 칸으로 갔다.
작가는 보이지 않고 작가의 어머니가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사진 찍지말라는 전 시인의 의견을 존중하여 뒷보습만 찍는데
초록을 좋아하는 전 시인이 앉은 자리도 초록 테이블이며
마시는 차조차도 초록빛 녹차이니 필연의 만남일까?
온몸의 관절이 성하지 않아 오래 보행하지 못하는 내 형편에도
이렇게 그림을 감상할 여유가 있다는 게 여간 행복한 게 아니다.
특히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일임에야....
이번에 기웃거린 전시는 < Healing Meditaion>
제목이 나를 잡는다.
비교적 좁은 공간의 그림들은 모두 청색 계통인데
작가가 바로 곁에 있어 인사를이 자청하고 몇 마디 나누면서
사진 하나 찍었다.
작가는 경북 청송 출신인 이광규씨로
대구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전공을 마쳤다.
안내책자에 이런 글이 실려있다.
Healing Meditation
작가 이광규의 작품은 靑빛이다
청빛에서 오롯이 우러나오는
보여지고 묻히고 밀리면서
사라질듯 발하는.
겹겹이
빛을 토해내는 그의 작품은
무한한 반복이며 느림의 정상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따르는
動的 情迹임을 교류하는 은빛의 물결과
수많은 세필터치(細筆touch) 코발트 숲의 전경.
고된 혹은 지칠 수도 있는 작업은
지지리도 느림의 인내력도 요구된다.
그는 치밀하게 붓질하며
우리의 치열한 삶을 연상했다.
쉼을 찾고 싶었다.
고요히 바라보며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공간
宇宙觀(별)을 노래하는
그의 청빛의 초자연 속엔 의지가 있다.
침대가 있다. 호수 속에...숲에....
그의 작품은 명상이다.
조용히 또는 고독히 바라보며 온존히 나를 내릴 수 잇는 쉼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비추며 그러나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존재케 하지 않는 물...빛...無 그것의 세계
그 뒤엔 무엇이 있을까?
'쉼' Healing Meditation
글 : 한 혜 경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충분히 Healing Meditation을 했을 터
이에 그림을 보는 나 역시 그 세계에 빠져든다.
우중충한 가을의 한낮이지만 파란 자연 속에서 명상을 하는 순간은
영겁 같은 시공에서 잠시 나를 내려놓는다.
전 시인과 헤여질 때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 하더니
이내 그쳤다. 이번 비가 오고나면 정말 추위가 온다는데......
추위에 민감한 내 몸 뼈 마디가 잘 견뎌줄지 몰라?
여러가지 의미로 단단히 월동준비를 해야겠다.
전길자씨도 건강 조심하구, 자꾸 아프지 말아요.
남이 아프면 내가 아픈 거보다 더 견디기 힘드니까.
그러니 피차 건강 조심하자구요.
즐거웠어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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