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연꽃이 어른거려 연꽃 보러 가고 싶어지던 판에
TV 뉴스에서 세미원의 연꽃을 보니 불현듯 가고 싶어
세미원에 전화를 걸어 가는 길을 묻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먼곳에 혼자 가기가 선뜻 내키지 않아 어제
박 시인에게 세미원에 가자고 권했더니 쉽게 응해주어
얼마나 고맙고 신나던지....
오늘 덕소에 사는 박 시인과 약속하고 그의 솜씨 좋은 운전에 몸을 맡겼다.
짙푸른 산야와 강바람이 늙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점심때가 되어 내가 안내하렸더니 박 시인이 점심을 준비해왔단다.
놀라운 것이 연잎에 오곡 찰밥에 맛있는 샐러드에 가지가지의 과일
거기에 독일제 맥주마저 끼어 있다.
애당초 사양하려던 나는 거절하지 못하고 시원한 독일 맥주를 마시는데
시원하다.
한국맥주와 별반 다른줄 모르겠으나 그저 시원해 좋다.
강기슭에 훌쩍 자란 갈대와 부들가지 때문에 강물은 보이지 않고
사방으로 둘러싼 초록빛은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여러가지로 들뜬 나는 맥주와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는
내 몫의 연밥은 싸들고 와서 저녁에 맛있게 먹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것은 역시 모델은 젊어야 좋다는 것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사진 찍는 온종일, 나는 즐거웠다.
모델이 젊었으므로.
해는 구름에 가려 있었으나 꽤나 더운 날씨였고
좋은 사람과 좋아하는 연꽃을 만나는 일만으로 일체의 불평은 사라졌다.
나무가 특이하다는 두 여인의 권유에 아무 소리 않고 셔터는 눌렀지만
내 눈엔 별로였고 그저 오늘의 나의 관심은 오직 연꽃이었다.
관곡지의 연꽃도 지금쯤 한창일 텐데.....
세미원의 연꽃은 해를 거듭할수록 꽃이 넉넉하게 피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