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6월 6일 현충일
현충일 당일에 참배하러갔다가 정신없이 지낸 하루가 생각나서
나는 전날 미리 다녀오기로 마음 먹는다.
전철 정거장이라야 합해서 다섯 정거장밖에 안되지만
환승이며 걷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 걱정부터 앞서지만
그래도 기회는 많지 않아 빗방울 떨어지는 아침에 집을 나선다.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안쓰기에도 그러그러한 형편
그나마 가믐 속의 빗방울이라 하늘의 자비 좀 맞은들 어떠하리.
아침을 거르는 나로서는 배 고픈 걸 못참아
보온병에 따끈한 물을 담고 일회용 커피도 두 개 준비했다.
그리고 제과점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려다가 들고 가는 것도 짐이 되니
아예 그곳에 앉아 먹기로 하고 샌드위치를 먹으니 든든해 좋고 짐을 덜어 더욱 좋다.
동작교 4번출구에서 나와 한참을 오르내려야 하는 계단
그 위에서 내려다본 거리에는 꽃장수로 거리가 화사하고
참배객들을 위한 商魂이 향기롭다.
현충원이라는 말보다 국립묘지라는 말이 더 친근한 우리 세대
현충원에 들어서자마자 밀려오는 역사의 밀물에 가슴이 벅차다.
현충일 전날이라서 거리는 한산하고 아침이라서 그런 모양인데
다리가 아파 눈에 보이는 벤치가 고마와 잠시 쉬어간다.
젊은이의 기백이 살아있는 조각상 앞에 서니 산다는 의미가 더욱 황홀하고
나라 위해 바친 영령들을 추모하니 표현할 길 없어 숙연해진다.
현충원에 묻힌 귀한 목숨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의 평안이 있는 거 아닌가 하고.
현충원을 매일 와서 참배해도 모자랄 우리들의 감사와 추모.
오늘을 깊이 감사한다.
비록 우리 집안의 누구도 이곳에 묻힌 사람이 없지만
우리의 선열은 모두의 선열이 아니던가?
그러하니 이곳에 묻힌 영령들은 우리들의 형제, 우리의 조상,
고마운 분들이다.
사진 유품전시관에 들어선다.
비록 좁은 공간이지만 애국투사의 정신이 가득한 자리
낯선 이름과 얼굴의 애국자를 보는 가운데
독립선언문에 기록된 33명을 보면서
100년을 맞을 그날의 국민의 함성을 듣는다.
몇 년 남지 않았다.
길가에 화사하게 핀 들꽃들처럼
이곳에 묻힌 영령들은 영원히 여기에 있어 국민의 가슴에 피어있다.
그 많은 묘석을 보면서 이 많은 사람이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고 뭉클해 새로운 각오를 세우지 않을 수 없고.
넘어진 꽃병을 바로 세우는 한 참배객을 보면서
또 다른 모습의 애국을 본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걷기 힘들 것 같다.
한참을 더 걸어가면 이승만 대통령이며 김대중, 박정희 대통령의 묘도 만나겠지만
여기서 철수하는 게 상책일 것 같아 뒤돌아선다.
하긴 TV에서 정치가들이 자주 참배하는 기회에 동행도 하게 되거니와
굳이 고생하며 찾아갈 이유가 없어서...
생전에 현충원에 와 참배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리라 생각하며 뒤돌아선다.
자유롭게 오가는 승용차의 모습을 뒤로 나는
편안하고 오붓한 내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내 평온한 영혼과 육체의 자리인 내 집
지금 나는 행복하다.
쉴 곳이 여기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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