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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明淑(2007-10-30 10:14:37, Hit : 2727, Vote : 626
 退溪선생의 슬기





    퇴계선생의 용단

    며느리를 시집 보낸 퇴계


    퇴계선생의 맏아들이 2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한창 젊은 나이의 맏며느리는 자식도 없는 과부가 되었다.
    퇴계선생은 홀로 된 며느리가 걱정이 되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


    그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
    한밤중이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집안을 순찰하곤 했다.


    어느날 밤, 집안을 둘러보던 퇴계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순간 퇴계선생은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며느리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 모양의 인형과 마주앉아 있는 것이었다.
    인형은 바로 남편의 모습이었다.


    인형 앞 잔에 술을 가득 채운 며느리는 말했다. "여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남편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
    한밤중에 잠못 이루고 흐느끼는 며느리를 퇴계선생은 생각했다.


    '윤리는 무엇이고 도덕은 무엇 이냐?
    젊은 저 아이를 수절시켜야 하다니.........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
    여기에 인간이 구속되어서는 안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이튿날 퇴계선생은 사돈을 불러 결론만 말했다 .
    "자네, 딸을 데려가게 ."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잘못한 것 없네. 무조건 데려가게."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 람의 친구 사이마저 절연 되는것이기 때문에
    퇴계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안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일인가 ?"


    "나는 할말이없네. 자네 딸이 내 며느리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이렇게 퇴계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보냈다.


    몇 년후 퇴계선생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날이 저물기 시작했으므로 한 집을 택하여 하룻밤을 머물렀다.
    그런데 저녁상을 받아보니 반찬 하나하나가 퇴계선생이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더욱이 간까지 선생의 입맛에 딱 맞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 집 주인도 나와 입맛이 비슷한 가 보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였다.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라 온 것이다.


    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토록 음식들이 입에 맞을까?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퇴계선생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막 떠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에 신으시라'며 주었다.
    신어보니 퇴계선생의 발에 꼭 맞았다 .


    "아~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퇴계선생은 확신을 하게 되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개가시켰다 .
    이 일을 놓고 유가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퇴계선생을 비판하고 있다.


    "선비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있다.


    "퇴계 선생이야 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윤리를 깨뜨리면서까지 윤리를 지키셨다" 며...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런 훌륭한 분들이 이 나라의 선구자가 아닌지요?




鄭周泳 (2007-10-30 20:30:25)  
그러길래 퇴계선생 아닙니까?
金玉女 (2007-10-31 15:37:04)  
퇴계선생님을 매우 존경합니다.
李明淑 (2007-10-31 20:06:14)  
윤리니 도덕이니 선비의 법도니..에 얽매이지 않고
가엾은 며느리를 위해 과감히 용단을 내린 退溪선생.
참으로 다뜻하고 인간적인 분..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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