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明淑(2004-12-19 15:44:33, Hit : 2943, Vote : 405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아름답고 훈훈한 시를 발견하였기에 퍼왔습니다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
        개울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을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마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식사를 준비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 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히 들던 햇빛이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들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등에 기대 소리내어 울고도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넓은 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 거야...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색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매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은빛 머리 곱게 빗어 넘기고
        헤이즐넛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당신 좋아하는 서점에 들러
        책 한 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난 당신 책 읽는 모습 보며
        화폭속에 내 가슴속에 당신의 모습 담아
        영원히 간직할 거야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 . .
      

      

        



안복숙 (2004-12-19 17:20:48)  
세상엔 이렇게 간절히 서로 위하면서 또 배려하면서 살어가는 couple 도 많을텐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테지..우리 모두 그 1/10의 일도 못하면서 한세상 보낸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지... 이제 저쪽 알수 없는 곳으로 자꾸 자꾸 떠밀려가는 느낌에 속절없는 속만 썩는거지...줄 줄이 마음이 끌리는 구절이 왜 이렇게도 많어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는지... 명숙아 너무나 하고 싶은 구절이 많어서 어쩔도리가 없네.. 그저 눈 꼭 감고 상상에 마낄 수 밖에... 어서 빨리 완쾌해서 우리 site 이렇게 구구절절이 하고 싶은 글도 찾아 올려주어. 너무나 바라는게 많지... 내일 진찰 받으러 간다니 좋은 조치가 내려졌으면 해...항상 행운과 건강이 함께하기를!!
서병희 (2004-12-20 12:28:50)  
아름다운, 부러운 정이야. 나도 오손 도손 살고 싶었어...
임영수 (2004-12-21 04:59:42)  
맘에 닿습니다. 나이가 먹으면서 몸까지 불편해지니까 서로 미소도 없어지고 말수도 적어집니다.
위 시에 가깝게 살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鄭周泳 (2004-12-21 10:21:10)  
조용히 다시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좋군요...
.......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
개울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이신옥 (2004-12-21 20:10:08)  
세상 모든 여성들의 소박한 바램이며 꿈이군요!
대궐도 아니고 벤츠도 아니고 다이아몬드는 더더욱 아닌
이 소박한 바램이 있기에 아내는 아름답습니다.
이토록 단순한 바램이 한갓 꿈이되어 버리기에 아내는 슬픕니다.
세상의 남편들이여!
아내의 이 소박한 바램을 그대들은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李明淑 (2004-12-22 01:47:38)  
신옥씨 반가워요. 그런데 동문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어요.
신옥씨는 이 글을 쓴 사람이 여성이라고 단정하고 세상의 남성에게 물음을 던졌는데...
난 암만 생각해도...아니 처음부터 이글을 쓴 사람이 남성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데요^_^...
내가 틀린 걸까요?
나이 든 할아버지가 젊어서부터 사모하던 할머니와 소원대로 같이 살게 돼서
자상하게 죽도 끓여주고 헤이즐넛도 내려주고 무짜르트음악도 틀어주고 강가로 산책도
데리고 나가 허리도 펴주고.. 주름진 이마에 뽀뽀도 (남이 보건 말건^_^)해주며...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소중하게 할머니를 아끼고 위하고 사랑하는 그런 그림이 떠오르네요^_^

한 두어 군데 혹시 여성인가? 하는 대목이 살짝 나올뿐...그 나머지는 서양영화의
한 장면에서 처럼 나이 들어 약해진 할머니를 위해서 기쁘게 봉사하며 평화롭게 사는,
나이 들었어도 아직 건강한 그런 멋진 할아버지의 그림 말입니다...^_^

어때요?. 내 해석도 그럴듯하지 않아요? 동의하지 않으시렵니까? ^_^
글이 마음에 와 닿아서 퍼오긴 했는데...처음부터 그점이 내내 궁금스러워서 같이 읽으며
동문들에게 묻고 싶어서 퍼 왔답니다^_^ 나와 같은 의견인 동문이 몇명이나 되는지요?
박진서 (2004-12-22 12:06:55)  
ㅎㅎ 난 본문은 대충대충 읽고 꼬리글만 읽었는데, 퍼뜩 떠오르는 건 아! 명숙이가 이런 사람하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억측을 해봤지..그런 가능성도 나혼자 점치면서말야. 명숙이는 아직도 여자이고, 애교있고, 상냥하고 상대를 기쁘게해줄 소양이 있고...아아, 어떤 이가 명숙이를 두고 썼나보다. 안그래? 나, 요즘 뭐 잘못됐는지, 생각도 헤프고 말도 헤퍼졌어. 그러니까 명숙아 "까치가 지저대나보다"하고 넘어가라. 만약 그럴듯하면 빙긋이 웃어버리고....
이신옥 (2004-12-22 22:47:50)  
명숙씨!
나에게 던진 질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이시를 남성이 쓴 것 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당연히 여자의 것이라고 전제해 놓고 읽었었습니다.
오늘 다시 꼼꼼히 살펴 읽어보니 여성적인 것뿐만이 아니고 남성적인 것도 조금은 있군요.
여성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작가가 아기자기한 생활의 즐거운 맛을 알고 있고, 여성 고유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모성 본능이 감지되며, 풍만한 가슴이면 몰라도 넓은 가슴의 소유자라면 아무래도 건장한 남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사람의 등에 기대어 어리광도 부리구요.
무슨 남자가 늙은 할머니 등에 기대어 운단 말입니까.
그리고 남자가 웬 은행 색 실크 스카프며 .또 웬 부끄러움은.

지금 막 우리 집 할아버지가 돌아 왔기에 옷도 벗기 전에 컴퓨터 앞에 앉혀 놓고 아무 말 묻지 말고 무조건 읽으라고 한 후, 작가가 여자냐 남자냐고 물었더니 단호히 남자라고 하는군요. 다시 잘 생각 해 보라고 하니,여자는 이런 글 못써.이것은 남자의 생각이고 남자의 시야.하는군요.
헷갈리네요. 코피도 내릴줄 모르고 죽도 만들줄 모르는 저 할아버지가 혹시 살아 보고 싶은 여자가 따로 있는 것이나 아닌지?
오늘 밤은 잠 다 잤습니다. 문제가 삼천포로 빠지는군요.
李明淑 (2004-12-28 21:04:18)  
신옥씨 그간 잠자리 편하셨는지요? 그 때 곧 답글을 썼는데 무엇이 잘못 됐는지 날아가버려서 김이
새서 그만...^_^
역시 신옥씨 부군께서는 뛰어난 직감력의 소유자시네요^_^
우리 말에도 "....(동사)해 보고 싶다" (I wish I could..)라는 표현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에 대한 바램이나 소원을 말하는 것이 아닌지요?
이를테면::양귀비 같은 미녀와 살아보고 싶다/20karat 짜리 다이야 반지(무겁겠죠^_^) 가져보고
싶다..등등
수십년동안 아침저녁으로 얼굴 맞대고 살아 온 시들한 남편을 보고 어느 마누라가 이런 시를
소원이라고 썼겠습니까^_^
다만 위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혹시 지은이가 여성이 아닌가? 하고 갸우뚱하게하는 대목이 두어군데
있는 것은 인정하고 (?)으로 남겨두겠습니다^_^

신옥씨, Bona야, 내가 너무 고집스러운가요? ㅎㅎㅎ 헤이즐 넛커피 내릴 줄 몰라도 죽 쑬줄 몰라도
남성들은 그런 꿈 꿔보며 시치미 뚝떼고 현실을 살아가는것 아닐까요?
이런 얘기는 그믐날까지로 하고 그만합시다. 한점 흐림없는 환한 마음으로 새해 맞이 해야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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