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서(2006-01-05 22:53:45, Hit : 3886, Vote : 939
 왕의 남자

1월 3일


아침에 우체국에 가서 내 책을 발송하고

은행에 가서 통장 정리를 하고 서현역으로 갔다.

1년 전이었던가?

보험공단의 한 직원이 어찌나 친절하던지

점심이나 함께 먹고 싶을만큼 고마웠다.

그후, 서현역을 지나칠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나

오늘은 실천에 옮겨보자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날씨는 풀렸는데, 바람이 차서

목을 한참 움추리고 걸음을 재촉하여 가는데

건물 10층 민원실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한 여직원이 가까이 다가서며

"어찌 오셨습니까?"

"저....저기 앉았던 분...?"

"언제 일인데요?"

"글쎄...한 일 년 전쯤..?"

"벌써, 바뀌었지요."


법에도 저촉되지 않을 액수를 종이에 쌌던 걸

에레베이터를 내려오면서 슬그머니 지갑에 도로 챙겨넣었다.


나의 호감은 전달되지 못했지만

한편 서운하고 한편 후련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숙제를 끝낸 때처럼 후련하고 시원하니...


나는 발길을 CINUS쪽으로 옮기는데

그곳에선 영화 <왕의 남자>가 상영되고 있을 것이다.




오전인데도 객석은 찼다.

시끌벅적한 동네 광대패의 줄타기로 시작된 영화는

관객의 흥과 관심을 모으기에 족한 도입부였다.


지난 가을

파주 임진각 광장에서 보던 줄타기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솜씨라서 그랬든지 얌전했었는데...


옛날 이장호 감독의 <어우동>의 도입부도 이와 비슷했다.

서민의 놀이에는 해학과 풍자가 있는데

그것도 남녀의 性과 관련하였으니 어떤 암시를 드러내려함인가?


가끔 관객의 웃음이 터져나오지만

그리 통쾌한 웃음은 아니다.




영화관에서 사진 찍기는 무모한 짓이라서

열심히 영화속 이야기에 빠지려고 했으나

너무 비판적인 눈으로 봐서일까 몰입하지 못하는 까닭은?


나는 이걸 성인용 만화라고 하고 싶다.

일단 재미있고, 화면이 볼 만하고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고하니까...


평시에도 만화를 즐기지 않는 나로서도 일단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좋았던 장면은

도망치다가 두 사람이 맑은 냇물에서 빨간 피를 씻는 장면이라든가

넓은 꽃밭(개망초 들판같은)으로 도망치는 장면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좋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못하는 나는 그래도 영화보기를 즐기는데

에구....

나이가 들더니 영화를 봐도 이제 데면데면해지고

보고나서 뒤돌아서면 금방 잊고마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돌아온 길에 삼성플라자를 지나치는데

봄을 상징하는 꽃나무가 세워져 화사하다.




꼼짝 않고 두 시간을 자리에 앉아있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이만 하길 복으로 알아야 한다.

11년 전만 하더라도 그랬다.

다리가 저려서 걷지를 못했던 걸 회상하면 오늘이 행복하다.


오늘따라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을 여럿 보았다.

나도 5급장애의 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행복한 장애자

(디스크수술에, 고관절 수술까지 받아서)


보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


부끄럽다면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이 없다는 거..


그러나,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일만으로라도

남을 돕는 일이라 여기며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이렇게 반성하듯이 일기를 쓴다.


오늘도 부처님 덕으로 하루를 잘 보냈으니

나도 부처의 마음으로 남에게 기쁨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두루 감사합니다..."

어둠 속에 나의 마음은 여울지며 퍼져나간다.

살아있음의 기쁨이 함께.....

  





박진서 (2006-01-05 22:59:12)  
오늘 명숙이에게 배운 글 옮겨넣기를 실행해보았는데
글은 들어가지만 사진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르니 아는 분 계시면 가르쳐주시기를.....
참고로 이 글의 소스는
나의 브로그 www.blog.daum.net/hansol605 입니다.
이신옥 (2006-01-05 23:38:53)  
진서씨 오랜만입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셨군요.
몇일전 영화 "태풍"을 보고 오는 길에 "왕의 남자" 팜프렛을 갖고 와서 보면서 과연 재미 있을까 없을까를 가늠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서씨의 감상문을 읽고도 결정이 잘 안서는군요.
이정재,설경구같은, 내가 좋와하는 배우가 나온다면, 내용이 빈약 해도 밑천은 뽑겠는데(3000원)
저에게는 별로인 사람만 나오기 때문에, 내용이라도 좋와야 할터인데.
갈까요,말까요?
박진서 (2006-01-06 17:46:56)  
이신옥씨
가야죠. 좋은 영화는 좋아서 보고, 나쁜 영화는 왜 나쁜지를 보기 위해 가보고.
그런데, 왜 3000원인가요? 4000원인데....
이신옥 (2006-01-06 21:53:03)  
8000원-경로우대50%=4000원
platinum card로 결제하면 본인에 한해서1000원을 더 깎아 줍니다.
박진서 (2006-01-06 22:35:56)  
신옥씨, Thank you.
나는 재주 없어서 1000원은 손해보면서 봐야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태풍'같은 영화, 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鄭周泳 (2006-01-09 22:31:32)  
아유!
오랫만입니다. 어디 먼데 가셨나 생각했었습니다.
영화관에 언제 갔는지 기억이 나지않고 그런곳에도 경로 우대가 있다니 놀랍네요.
www.blog.daum.net/hansol605 가 연결이 안됩니다.
성정자 (2006-01-10 13:00:17)  
어제서야 몇 친구와 점심을 한 다음에, 뒤늦게 우리는 태풍을 보았지...
태풍에 나오는 이정재를 좋아하는 신옥씨의 취향은 알았는데, 왕의 남자를 선호하는
진서의 취향은 아직 catch를 못했어. 태풍을 본 친구와 다음주에 또 왕의 남자를 보기로
했으니, 보고난 다음에 진서의 취향도 헤아릴께...

그래 맞아! 진서야!
먹고 싶은것 먹을수있고 하고 싶은것 할수있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는 분명 축복 받은거지?
박진서 (2006-01-11 02:14:04)  
정주영씨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좀 아프느라고 세상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blog 주소는 제가 잘못 전했습니다.
target=_blank>http://blog.daum.net/hansol605

blog지은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한번 놀러오십시오.
金寧順 (2006-02-04 12:28:51)  
진서야, 병술년에는 더욱 좋은 해가 되기 바란다. 건강하고, 행복한 매일이 이어지기를 기원할께...
너의 글 재주는 새삼 언급하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정말 완숙함을 느낀다. 존경스럽다. '왕의 남자'를 나도 보았는 데, 본 뒤의 느낌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이렇게 엮어낸다는 것은 꿈도 못 꾸겠다. 원작소설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탄했고, 남주인공의 카랑카랑한 음색이 기분 좋았다. 연기력은 전부 별 다섯인 데, 아무리 폭군이지만 군주를 너무 비하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지 뒷맛이 별로였다. '그 때 그사람' 을 보고도 쩝쩝.. 개인적인 문제이지? 내가 너무 보수적이야. 이조시대사람도 아니면서 민주적이지 못 한거... 진서씨,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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