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서(2004-03-28 12:15:09, Hit : 3648, Vote : 389
 맥시코여행스케치-4

어제는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 왔다.
더러는 내가 멕시코에 간 것을 알아 여행이 어땠느냐고 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더러는 내가 여위었다고 하는데 아마 얼굴이 그을렀기 때문에 그리 보였으리라.
어쩌면 코끝이 정상이 되면 멕시코여행의 흥분도 없어질 것 같아 오늘도 이렇게
추억을 더듬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떠나기 전에 웬 몸은 그리도 아픈 곳이 많던지 약이란 약은 모조리 준비해갔다.
병원에서 받은 소화제며, 혈압약, 정로환, 컨택600 그리고 비타민 등등.
그러나 다행히 몇 번의 소화제 복용과 떠나기 전에 있었던 감기기운때문에
컨택600은 두어알 먹은 것뿐. 그러나 나는 밤마다 수면제만은 먹어야 했다. 어느 날,
무척이나 피로해서 수면제도 먹을 사이없이 잠에 들었는데 자다가 쿵 하고
침대에서 떨어졌다. 워낙 잠에 취해서 아픈 것도 마다하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마에 혹이 생겼다. 침대에서 떨어지기는 생전 처음인데 아직도 그 자리가 아프다.
음식이 맛있었지만 小食을 한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친구중에는
더러 고생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의 일정을 우리의 체력에 맞춰 짷아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다시 멕시코시티에 돌아와 비행기를 타고 휴양의 도시 깐꾼(Cancun)으로 갔다.
기내에서 내려다본 땅과 바다는 신기했는데, 넓게 이어진 초록빛은 바로 정글이었다.  
깐꾼은 멕시코 제일의 비치 리조트이고, 국제회의가 열려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이다.
후끈한 기운이 30도 안팎의 기온을 암시하는데, 깐꾼은 일 년의 3분의 2가
맑은 날씨에 평균 기온은 27도C여서, 12월부터 4월까지 관광객이 붐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가 봄방학이어서 비교적 많은 사람이 수영복차림으로 호텔을
누볐는데, 우리는 유명한 Hyatt Regency Hotel에서 나흘을 묵었다.

휴양지에 어울리는 느긋한 일정이 우리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첫날은 아침 일찍 버스로 세 시간여를 달린 후에 마야 최대의 유적지인
치첸이싸(Chichen Itza)에 갔다. 치첸이싸란 마야어로 '우물가의 집'이란 뜻인데
유까딴 반도 최대의 세노떼(성스러운 셈)를 중심으로 이 도시가 번성한 점으로 미루어
아마 그렇게 불려졌던 것 같다. 한쪽에 91개의 계단이 사방에 있는 꾸꿀깐 피라미드의
꾸꿀깐이란 깃털을 가진 뱀이란 뜻. 그런 조각이 신전 끝에 있다. 춘분과 추분
저녁무렵 계단에 비친 그림자가 마치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 밀림의 천재
마야인의 비상한 계산이 놀랍다. 그림엽서에 그런 그림자를 드리운 사진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球技場도. 세노떼란 샘도 가보았는데 마야인들은 전염병이 유행하면
일부러 먼 지방에서라도 와서 이 샘에 산 제물이나 보물을 던졌다고 한다. 가이드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몸을 거룩하게 하여 산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1911년에 미국영사 톰슨이 바닥을 조사한 결과 21개의 어린이와 13개의 성인 남자
그리고 8개의 여자의 뼈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보석도 나오고.

다음날, 뚤룸에 갔다.
마야의 해가 뜨는 신전이라 불이우고 카리브해에선 가장 아르다운곳,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나오는 곳이라 하여 우리들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나는 뚤룸이란 글씨가 새겨진 자루같은 가방을 하나 샀다.

또 국립 해상공원으로 마야어로 '물이 생성되는 곳'이란 뜻의 셀하에 갔다. 몸매와
수영에 자신 있는 친구는 물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즐겼지만 나는 기껏 나무에 매달린
해먹(그믈침대)에 누워 오수를 즐겼다. 김태희 친구는 방금 산 토속반지를 자랑하다
모래에 떨어뜨려 종업원의 도움을 받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수백년이 지나면
그 반지도 유물이 될까?
그날 밤에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여자의 섬'에 가서 싫건 먹고 마셨다. 춤도 추고
마가릿따도 마시고...   조명을 받은 바닷물은 맑은 물 그 자체여서 정말 공해가 없는 곳
한낮에도 바다의 빛깔은 여러 개로 비쳤다. 흰 모래 위의 맑은 물로부터 시작해서 옥색, 파란 색,
초록색 등...정말 카리브해는 원시의 그 모습 그대로인 듯했다.

다음날에 있었던 잠수함투어에서 나는 배멀미를 해서 괴로웠다. 아파도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겠기에 참으려니 그것 또한 고역이었다. 태희는 결국 토하고 말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해서 멕시코 여행을 끝냈다.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또 감회가 새로울 것이지만 그 날이 또 언제가 될까?
이런 내일과 기대가 있기에 우리의 삶은 지루하지 않고 덜 늙을 지도 모른다. 이것마저
망상일지라도 이런 맛과 멋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우리는 사대부고를 졸업했기에 동창이 있고, 동창 덕분에 추억어린
멕시코여행을 할 수 있었기에 더없이 행복하다. 우리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
여행기를 썼지만 글쎄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거두면 어찌 한다?
서툰 나의 글을 읽어준 우리 동문과 후배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인사를 드린다.

Adios!
                                                       끝



李明淑 (2004-03-28 17:26:19)  
진서야 수고했다. 꿈결같이 보낸 행복했던 '메히코'여행스케치를 읽고 또 읽고 있다... 평생 못잊을
아름다운 추억들...앞으로 이 여행생각을 하면 더러 슬프고 언짢은 일이 있어도 웃고 견딜 것 같다.
우리에게 이런 큰 행복을 선사해 준 박병준 홍정희 동문에게 깊은 감사와 뜨거운 사랑을 보냅니다.
박진서 (2004-03-29 01:18:52)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쓰자고 한숨에 달렸더니 더러 이름이 틀리게 나왔었지....명숙아 고맙다. 네가 고쳐주기까지했으니....박병준과 안병호 이름 가운데 병자가 같아 가끔 헷갈리나봐. 그건 그렇고...우리 일행중 누구라도 글을 보태쓰면 좋은데.....명숙, 정옥, 인수, 혜경, 정애 등 수고했다고 전화줘 고맙고, 태희는 점심 산다했으니 그날을 기다릴거고...아, 지내놓고도 즐거운 여행이여...
金玉女 (2004-03-30 06:11:17)  
너무 잘 썼고..훌륭한기행문으로 남기고 싶어.
우리의 Mexico 여행의 발자취를 남겨준 박진서에게 너무 고맙게 생각해.
고이 간직하고 가끔 즐겨 읽을거야.
임정애 (2004-03-30 10:43:42)  
여행내내 묵묵히 자기할일을 찾아서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고적지를 걷다가 무심코 너를 보게되면 무언가 생각하고 구상하는듯 약간은 엄격한 표장을 엿
볼수있었어. 돌아와서도 첫새벽에 우연히 부고 홈피 에 들어갔다가 너의 글을 보고 또다시 놀랍고
성실하게 자기일을 수행하는 니 가 큰 사람으로 보인다. 우리일행을 흥분과 기쁨의 도가니에 넣어 주신 정희 내외 에게 행복과 건강이 있기를 기원하며 나의 감사의 뜻을 전한다.
박진서 (2004-03-30 17:34:14)  
정애야. 너의 밝은 표정은 우리의 여행을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단다. 너는 모르지? 남에게 편안함을 준 너와 혜경이의 manner는 정말 아름다웠던 것을..... 단정한 hair style이며 옷매무새 정말 보기좋았다. 우리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나는 아직도 멕시코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다.
안복숙 (2004-03-30 17:45:54)  
이렇게 4편까지 읽으니 허전한 생각이 드네. 너무나 애 많이 썼다. 네가 이렇게 써주지 않았다면 과연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런지 ... 안병호 동문과 네가 이렇게 재미있게 마무리를 해주니 우리 여행이 더욱 뜻 깊어지고 기리 빛날것 같애..훌륭한 동문들을 갖었다는게 자랑스러워. 또 우리 일정이 무리없이 잘 짜여져서 누구하나 탈없이 그긴 여정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는게 두고 두고 자랑으로 남을 꺼야. 마지막으로 우리를 여기까지 초청해준 박병준, 홍정희 동문께 감사드리고, 조용하고 설득력있는 음성으로 우리의 주의를 환기 시켜준 조경옥 , 안병호 동문에게 감사드립니다. 사대부고 4회 동문이여 영원이 빛 나고 행복하여라!! 진서야 너의 수고에 정말 감사한다.
정숙은 (2004-04-02 09:35:48)  
진서야 !
너의 만능의 소질은 고희를 넘겨서도 빛은 잃지않아 ! 이번 멕시코 여행 기행문 정말 감명깊게 읽었어. 가는곳 마다 수첩에 첵크를 하더니 그런 주옥같은 글을 쓸려고 그랬구나 다시 한번 그곳 현지를 바라보고 느끼는것 같구나 더욱 정진하여 대기 만성하기를 ! 그리고 홍정희 내외분 ,조경옥 내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박진서 (2004-04-02 14:56:14)  
숙은아, 12일에 서울에 올 수 있을른지. 그날 우리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주문하든지 그래야할 것 같애. 그리고 경옥이가 보내준 사진을 이메일로 받았는데, 우리 모두 미인이더라..ㅎㅎ 우리 모두 잘 나지 않았겠니, 안그래? 너도 나도 다....그래 숙은이의 꼬리글 읽고 나 기분 좋았다. 고마워! 그럼, 다음에 만나. 안녕!
정주영 (2004-04-06 20:39:51)  
잘 그린 그림에 덧칠을 하면 그림을 버린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댓글을 쓰기가 겁나서 망설이다가 올립니다.
글을 망치더라도 우린 동기 아닙니까? 너무 탓하지 마세요.

여행은 언제 해도 즐겁고 많은 추억거리를 남기지요.
이번 멕시코 여행이 무척 재미있을 것이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안병호군이 보내오는 사진을 정리 하면서 정말로 좋은 소꿉친구들이 모여서 어린애 같이 실컷 웃고 놀다왔구나 싶네요.
얼마나 듣기 좋고 흐뭇한 이야기들 입니까. 우리 동문의 자랑입니다.
무사히 여행 마치신 것 축하드립니다.

10여 년 전에 Mexico City에 가 본 일이 있지만 여러분 이번 여행이 하도 재미있어 보여 돌아오는 여름에 나도 한번 남미에 가 볼가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 봤자 같이 가는 친구가 여러분
여행처럼 허물없는 친구들 일수는 없지요.
여행 전에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고 떠나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좀은 하고 떠나야 되겠지요.
올려주신 글을 열심히 읽고 메모하고 떠나려고 합니다. 많은 자료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구처럼 현지에 도착하면 하나도 생각이 안 나겠지만!!
박진서 (2004-04-07 06:50:14)  
우리의 여행에서 즐거움을 더해준 사람은 현지가이드였습니다. 그래서 참고로 그의 주소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이름은 Bruce Lee(이성우) 인터넷에도 한번 들어가보십시오. www.mexicotourkanco.com
많은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여행이시기를.....
박진서 (2004-04-12 17:16:12)  
오늘 멕시코에서 찍은 사진을 받아보았다. 이복영 사장님도 가지고 왔고, 명숙이, 정옥이, 영순이가 찍은 사진도, 종숙이가 찍은 사진도 받아 보았다. 남들은 즐기고 있는 사이 좋은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주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정말 고맙다. 사진을 볼때마다 그날의 즐거웠던 일을 되새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희망은 다음에 또다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인데, 어쩌면 생존을 확인하고, 우리의 우정을 돈독히 하기위해 길을 떠날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충실히 살아야하리 벗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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