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서(2004-07-02 10:32:03, Hit : 3193, Vote : 392
 자두파티를 끝내고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상을 한껏 안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에 자리한 김옥녀 동문의 자두밭을....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짖는다.."의
藥泉 남구만 선생의 사당을 끼고 산을 오르면
탱글탱글한 자두를 달고 있는 질서정연한
자두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이 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지난해의 태풍에도 견뎌낸 권 옹(옥녀씨부군)의 정성.
조생종은 벌써 출하했다고 하여 먼저 빈가지만 보고
다시 후무사, 솔담(수박자두), 자봉, 천두복숭아가 있는
곳으로 가렸더니 이런 현수막이 하늘에 걸려있었습니다.
<4회 사대부고 동문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이 현수막에 日時가 없으니 내년에도 또 와야하나? (고민됩니다)

물론 김옥녀 동문의 배려일 것입니다. 우리는 환성을 지르며
이에 답했고 준비된 의자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나무가지가 이룬 터널 아래는 서양잔디의 카펫이 부드럽습니다.
철사줄에 몸을 예쁘게 다듬은 나무는 그런 우리를
다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그 아래서 우리는
뜨겁고 흥분된 옥녀의 특유한 제스쳐의 환영사를 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버스에서 온갖 음식을 먹어 든든한데도
환영의 뜻인 찰떡을 넙죽히 받아먹고 약천사 곁의 샘에서 떠온
약수로 목을 적셨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적당한 기온이었습니다.
아마 일기예보까지 전해준 정주영 동문의 덕인지도 모르죠.

얘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6월 29일 아침 우리는 7시에 압구정동에서 만나서 설렁탕을 먹고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의 안내자는 35세의 호남이라 김정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 다섯째야" 아마 한참 연하라서 그랬나봅니다.

우리에게 배부된 작은 책자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영기입니다. 대관령 고갯길에 맺힌 빗방울이
마를 날이 없을 것만 같은 유월의 마지막 날 설레는 가슴 하나
가득한 녹음을 생각하며 여행을 떠납니다.....
....오늘 이 여행이 그저 한 걸음 한 걸음이 가볍고 시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온 삶의 주제보다 지금 이 순간의 감동이 즐거리가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r.조의 글솜씨도 대단하다.

다음은 야생화가 가득하고 향기 풀풀 날리는 허브나라에 가서는
할련화 꽃잎을 얹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물론 입에서는 살살 녹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 그 자리는 마치 외국의 한모퉁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번의 멕시코 오아하카의 식당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점심은 산채밥으로 채우고나서 우리는 자두밭에 갔던 것입니다.  

이렇게 자두밭에서 기분이 좋았던 우리는 참소리박물관에서 또한차례
좋은 음악을 들어 한껏 상기되었습니다. 우리는 문화인이라서 그런지
음악 미술 문학에 조예가 깊어 그런지 이해가 빠릅니다. 이런 경황에서도
꾸뻑꾸뻑 졸은 친구가 있었으니 설명자가 자꾸 이런 지적을 했던거였지요.

저녁은 바닷가의 횟집에서였는데
아~ 나만 맥주를 즐기는줄 알았더니 어이구 빈 병이 이쯤 나왔으니..
이 기분 연장하고파서 노래방에 가자고 권하니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저 나는 조용히 호텔방에 들어가 잤습니다.

참, 잊을뻔 했습니다. 이명숙이 김옥녀에게 해온 떡을
우리가 나누어 먹은 일을....

"나의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한다" 쟝 꼭또의 시였던가요?
아침 일찍 우리들은 바다소리 아니, 솔바람소리도 들었습니다.
호텔에서의 아침은 조금 시끄러웠습니다. 그저 그렇게....
경포대를 들러 오죽헌을 갔었을 때 글쎄 입구부터 우리의 눈을 거슬린
글씨에 異口同聲 한마디씩 했습니다. 우리들은 아는 게 많아 정말 탈입니다.
건축전문가 화련 씨의 설명이 더 주효했던 오죽헌을 떠났는데
아는 게 힘! 그 힘으로 우리는 여행을 즐기고 인생을 음미하는지도 모르죠.  

다음의 행선지 선교장은 가지않고 나혼자 민속자료전시관에 들어갔습니다.
뜰의 장승도 가지가지, 홍역퇴치대장군,논개여장군, 이름없는 장군들이 많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먹는 일, <서지초가뜰>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즐거웠죠.
이 집 특유의 송죽자규술맛은 또 얼마나 좋던지요?
아마 맛보지 않은 친구는 없을 겁니다. 싫건 취하고 싶은 심경이야 굴뚝같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그 정도로 그쳤습니다. 순자와 완구는 순진하게도 얼굴이 빨갛고.
제일 많이 마신 나는 멀쩡한데말입니다. 참...

歸路의 버스안은 잠시 조용했습니다. 한잠을 자야했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마이크를 잡아 한사람 한사람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여지껏 조용하던 친구들 마이크를 잡으니 어찌나 말을 잘 하던지
앞으로는 자꾸 마이크를 잡을 기회를 줘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끝났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손을 흔들었을 때는 7월 1일 오후 5시 반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홍정희의 덕이었습니다.
정희가 한국에 오지 않았던들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큰일 났습니다. 정희가 올 때마다 무슨 행사가 있으려니
기대할 친구가 있을까봐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내일의 일을...

안전운행을 해준 (주)세부고속관광의 이영성 씨
우리의 안내자 조영기 씨
그리고 이를 주선하느라 많은 연구를 했을 우리의 회장 김정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 너무 피로해서 세수도 못한채 잠들었습니다.
이 보고가 무슨 숙제 같아 아침 일어나자마자 쓰려고 하나,
아~ 실력없음이여, 펄떡펄떡 써지지 않아 조금 힘들었습니다.
아홉시에 일어나 10시반에 끝났으니 빠른 편인가요?
이제부터 방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렵니다.

우리와 함께 하지못한 경옥이 We missed you.
그리고 친구, 꼬리글을 쓰지 않으면 나 다시는 여행기 쓰지 않을꺼니까
알아서 하라구....

우리 또 만나자. Adios!!



정주영 (2004-07-02 20:15:38)  
가보지도 않고 다녀온듯 느껴지는군요, 정말 살아 숨쉬는 수채화 같은 글입니다.
현수막 아래에서 행복해하는 주인과 나그네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달콤한 자두맛이 내 혀끝을 간지럽히는군요.
자두여사! 수고하셨습니다.

할련꽃 이라는게 있었구나 할 정도로 본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한번 맛보러 가야겠습니다.
먼길 다녀오시느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서병희 (2004-07-02 22:55:12)  
자두 party 소식 궁굼했는데 진서의 자세한 여행기 자미 있게 잘 읽었는데 자두맛은 어뗐는지...
이제 정애도 한미디. 서울 할매들 정희 덕에 자미있게 여행가서 부럽기만 하네!
옥녀야! 친구들 환영준비 수고 했네... 아름다운 자두밭이 눈에 선 하다...
박진서 (2004-07-02 23:43:45)  
병희야. 자두 이야기를 일부러 뺐던 건 따려면 한 닷새 더 있어야 한데. 그래서 난 순자가 따다준 자두를 눈 찌프리면서 먹었으니 짐작해봐. 근데 자두가 또 너무 익어도 맛이 없다네. 그러니까 자두파티에 서 자두 두 개 먹었다면 이야기가 될까 몰라...? 옥녀 섭섭히 생가지 마!! 우린 그런 사이 아니잖아?
안복숙 (2004-07-03 07:44:34)  
꼬리 말을 쓰지 않으면 다시는 여행기를 안쓴다니 겁이 나서 , 처음에 쓴것이 지워진 바람에 실증이 나서 그만 두려다 , 다시 시도하는 것입니다. 주렁주렁 달린 자두 나무를 바라보고 자두 내외분의 행복이 주렁주렁 매달린것만 같애서 너무나 흐뭇하고 대견했습니다. 그노력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질서 정연하게 잘 다듬어진 자두 나무가 800여그루 된다니!! 그수고 많았음에 우선 감탄하고, 확실히 우리의 주제여행의 목적은 달성한것 같습니다. 먹지 않어도 배 부름이여!! 아아 그 흐뭇함... 이번 여행을 위하여 여러가지로 애쓰신 김정자 , 버스만 타면 훌륭한 솜씨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진서, 아픈몸을 이끌고 말없이 우리의 생생한 기록을 남겨주는 명숙이, 너무나 훌륭한 친구들 덕택에 , 우리에게 여행의 문을 활짝 열어준 장본인 홍정희,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진서!!
李明淑 (2004-07-03 08:27:50)  
너무나도 즐거운 자두서리 나들이였습니다. 정성껏 가꾼 자두밭-토시토실 살 찐 예쁜 아기들이 엄마가지를 붙잡고 주렁주렁 매달려 방실방실 웃고 있는-으로 초대해 준 김옥녀(일명 자두여사), 이 모든 것을 있게 해 준 고마운 홍정희(엎드려 절!), 장마철 나들이에 대부대를 이끌고 음으로 양으로 마음 쓰고 살펴 준 김정자회장, 끼로 가득차고 건강한, 못말리는 우리 할매들 게다가 우리 할매들의 쎈(!) 氣에 질려서 장마마저 주춤하며 눈치를 봐 준 덕에..다섯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나들이였습니다. '메히꼬나들이'에 못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동참하지 못한 멀리 있는 친구들- 서병희 조경옥.. 많이 생각했고...경옥아 너의 메일 프린트해서 차 속에서 읽어주고 너의 Say hello to every body 안부이사 전했단다...다음엔 꼭 같이 가도록 하자...新 '五福'에-1.좋은 배필, 2.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재력, 3.건강, 4.취미,다섯번째 마지막이 좋은 친구라 했으니 우리 할매들이 바로 이 五福을 두루 갖춘 행운아들 아닌가요?
천지 만물 모든 것에 두루두루 (360도 한바퀴 돌며 꾸벅 꾸벅 절하고) 감사 드립니다.^_^
박진서 (2004-07-03 09:52:49)  
이제 꼬리말을 쓸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동행은 명숙 정자 순자 정희 종숙 태희 완구 순경 병은 인수 정애 혜경 성정자 인경 현옥 복숙 신옥 활련 영순 정옥 그리고 나였으니까 나머지 친구들은 무엇을 쓰려나? 궁금하고 기대되네..복숙이 명숙이 수고했어. 모두 명문이라서 좋다.
서병희 (2004-07-03 22:06:51)  
진서야! 이젠 궁금증 모두 풀렸어...
복숙이, 명숙이 모두 하도 묘사 잘하고 옥녀가 경옥이 email를 forward 해주어 나도 웃었어 "ㅎㅎㅎㅎ"
극성 할메틈에들 틈에 살았으면 좋았을겄인데...
박진서 (2004-07-04 07:02:37)  
맞아! 병희야. 요즘 정희가 한국에 와 있어서 우리들 만나기 바쁘고 웃느라 즐겁단다. 벌써 몇번을 만났는데...I miss you. 만날 때마다 모두 예쁘게 치장하고 나오지...그러니 너도 일년에 한번쯤 나오도록 해봐, 아직 아프다는 친구는 없고... 오히려 다음에 어디를 갈까 연구중. 극성스런 할망구들, 아무도 못말린다니까...너의 소식도 가끔 전해주려느마..그럼, 안녕!
임정애 (2004-07-04 10:25:54)  
진서야, 모다 훌륭한 꼬리글 들이 꼬리를물고 올라와서 이젠 만족 하니? 아직도 흡족하지 않아? 욕심쟁이!!! 명숙아,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고 다른 꼬리글을 보고도 느끼는 건데 정말 주옥 같은 네 글 솜씨에 감탄한다. 예술이야!!!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데 이자리를 빌어 너에게 감사 하고저해. Mexico 여행에서 자두여행에 까지 이루어진 모든 행사에 너의 숨은 공이 없었으면 어떠 하였을까? 우리 행복의 숨은 일등공신!!! 명숙아, 사랑해.... 정희야, 네 옆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나의 마음을 전 하지 못해 이 공간을 빌어 인사 한다. Mexico 여행은 정말 exciting하고 황홀한 경험이였어. 우리가 무슨 인연으로...오로지 부고 4회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 아닌것 같아. 전생에 특별한 관계 아니었을까? 자두밭 여행에까지 이어진 너의 모든 희생과 은혜에 감사하며 나 스스로 이렇게 생각한다...만일 내가 살아온 동안에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남에게 착한 일을 했다면 그 공이 쌓이고 쌓여서 정희 너의 내외를 통해 하느님께서 나에게 내려주신 복이 아닐까? 하고. 다시 고맙고 특히 B.J. 에게 감사 한다.
( 옥녀에게는 따로 축하 message란을 통해 인사 하였음을 알려드림)
박진서 (2004-07-04 11:56:47)  
흡족하지. 흡족하구말구지. 정애가 장문의 글을 썼으니 더욱 흡족하구. 나 웃는 소리 들려? 낄낄낄....
李明淑 (2004-07-05 00:32:53)  
정애야,너의 글 읽으니 Sound of Music영화가 생각난다. Maria 수녀가 Captain의 사랑을 받아드리며 부르는 노래: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 Nothing comes from nothing, nothing ever could... So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그래!! 정애야, 우리 모두 착한 일 하며 여생을 살자. 세상사 모든 일엔 반드시 씨앗이 있는 법이지. 남이 나에게 착하게 하든 악하게 하든 그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내 탓이오.내 탓이오'하지...많은 복 받고 아름답게 살자.^_^ 왜 갑자기 고리타분한 설교는? 너의 말에 100% 공감해서....^_^
金玉女 (2004-08-04 12:11:02)  
자두 농사 끝내고 한가로이 동문들의 글 읽고 눈물 집니다. 왜 난 이렇게 눈물이 흔할까?
한이 많아서 인가??? 자두 농사 아니었더라면 노년을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김옥녀 란 존재는..??
강원도 시골띠기..할매..부고를 나왔으면 뭘 해? 그냥 태어나서 살다가 그냥 저 세상 가겠지요.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순간적인 실수로 인생이 망가지기도 하고..순간적인 생각이 이렇게 뜨게 됐다는것..!!!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동문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노력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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