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옥(2006-01-27 13:21:17, Hit : 2800, Vote : 670
 안 외로울수도 있는 세상이거늘

.

부산 피난 시절에 기차타고 읽었던 글인데,  오래도록 안 앚혀지는  내용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매일 골동품 가개 앞에 와서 쇼윈도우를 찬찬히 들여다 보다가 천천이 떠나가는 할아버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주인이 생각하기에, 물건을 살 사람은 아닌것 같고, 그냥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보 다니는 심심한 노인인 듯싶어서 인사도 안하고 부담 없도록 모른 척 했습니다.
골동품 한점이 팔려 나가면 쇼윈도우에서 사라린 그 물건을 찾는 눈 초리가 바빠지고, 그래도 못 찾으면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천천이 끄떡 거리는 것이 “아  팔렸구나”
하는듯 했고, 새물건을 사다가 놓으면 그것을 탐색하듯이 사귀는 눈치가 역역했다고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그 노인에 익숙해진 여주인은 유리를 닦으면서도 곧 올 그노인을 의식 하며 닦고, 물건을 배치할 때도 그 노인의 눈빛이 굼굼 해 지고, 사정이 생겨서 출근이 늦어질 경우에도 그 노인보다 늦을까봐 마음에 조바심을 내곤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가끔식 늦어 지거나 안들리거나를 반복 하더니 안 오더랍니다.
가끔 그 노인과 함께 지나가던 딸인듯한 여자가 지나 가기에 빨리 나와서 그 노인의 안부를 물었더니 돌아 가셨다고 하면서 “저의 아버지를 아시나요?” 하더랍니다,
그래서, “인사도 없었고 이야기를 해 본적은 없지만, 오래 동안 매일 오셔서 저의 쇼윈도우를 들여다 보셔서, 저도 기다려 지고 보람이 있었어요” 하더랍니다.
그랬더니 딸의 말이“ 그런 말을 왜 저의 아버지에게 안 하셨어요.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 저를 의지하러 이 도시에 오셨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알아 주는 사람도 없어, 너무 외로워서 돌아 가셨어요. 당신이 저의 아버지를 알아 본다는것을 아셨다면 아마도 더 사셨을 꺼에요”                      






李明淑 (2006-01-27 13:53:42)  
가슴이 찡~하고 아파오네요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란 말이 있듯,
속으로만 생각해선 그 누가 그 속마음을 알겠어요?
이 毛紫蘭도 늙어갈수록.. 예전에 자신이 그랬던 일이 후회스러워집니다.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하나? 어련히 알겠지..."하고 지나쳤던 많은 일들...
우리 사는 이웃간의 윤활류, 아끼지 말고 씁시다.
외롭지않고 따듯하고 밝고 살기좋을 겁니다
이신옥 (2006-01-27 20:28:23)  
毛紫蘭 !
이름괴 글자가 아름답습니다.
鄭周泳 (2006-01-28 08:15:53)  
그렇군요!
외로움 이란게 우리 나이에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새삼 생각케 합니다.
한때는 외로움을 즐긴때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삼천포로 빼 보겠습니다.
저도 부산 피난시절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읽던 책 이야기 입니다.
남들은 기차를 타면 산만해 저서 머리에 안 들어온다고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아주
잘 들어 올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몇일식 답을 못찾아 끙끙대던 수학 문제를 풀었다던가 하는 .
제가 이상 체질인지요?
李明淑 (2006-01-28 09:50:49)  
지하철을 타고 책읽으며 천안 종점까지,
또 되타고 서울역까지 왕복하며
老舍의 <러퉈샹즈>(駱陀祥子)를 읽었습니다 (地空보살!)
모자란도 책은 차속에서 많이(HP끄고)읽어요
안복숙 (2006-01-30 06:18:58)  
모두들 안녕들 하시네요!! 이렇게 재치있고, 가슴찡~한 글들을 올려주시니, 그저 감탄하며 읽는재미나 즐길 수 밖에!!명숙씨의 "모자란"이란 예명?은 너무나 시적이네요...좀 생각이 더딘 나같은 사람은 확실하게 말을 해주어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데...재미난 글을 많이 올려주세요.. 마음의 양식을 이곳에서 섭취하겠습니다...감사하겠습니다.


995   박병준박사 명예박사 수여(조선일보 07/01/18 기사) [17]  鄭周泳 2007/01/18 3205 684
994   밝은 사회를 위해 노인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1]  鄭周泳 2005/09/23 2785 684
993   이 날이 기억되십니까?  박진서 2005/06/23 2903 680
992   나를 일깨운 명언들(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鄭周泳 2008/02/08 2877 673
991   LA에 뿌리내린 고연명 동문  鄭周泳 2006/03/10 2848 671
  안 외로울수도 있는 세상이거늘 [5]  이신옥 2006/01/27 2800 670
989   유머 [4]  이신옥 2006/12/21 2809 661
988   노광근 소식 [2]  鄭周泳 2007/05/21 2590 633
987   코스모스 길, 해바라기 연가 [2]  鄭周泳 2006/09/08 2576 625
986   오늘이거든요! [3]  이인형 ***** 2005/12/15 3261 619
985   이해인 수녀님 맑은 편지 [1]  鄭周泳 2009/05/09 2635 606
984   戰友여! 제발 나에겐 묻지를 마소!! [3]  정주영 2007/12/19 2746 599
983   정책 결혼(유머)  鄭周泳 2012/01/04 2339 591
982   로마의 스페인광장에서 [9]  박진서 2005/06/08 2955 591
981   냉면 파티에 초대합니다. [2]  鄭周泳 2006/04/27 3331 587
980     답글 고맙습니다  이신옥 2005/05/21 3235 586
979   Welcome to Korea [6]  박진서 2007/01/31 3033 570
978   홀로 사는 즐거움 [3]  鄭周泳 2006/08/12 2689 568
977   Love's secret [2]  이인형 ***** 2006/01/03 3165 566
976   존스 홉킨스 大學의 癌에 關한 最新消息 [2]  鄭周泳 2011/06/21 2000 563

[1][2][3][4] 5 [6][7][8][9][10]..[54]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