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옥(2005-12-04 13:54:00, Hit : 2577, Vote : 412
 첫 눈

첫눈

금년, 유난히 첫 눈 오는 날이 궁금한 것은 성 정자 씨의 시 때문이겠지요.
일기 예보에서는 눈이 왔다고 하는데, 운전 하면서 눈을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았는데.
오늘 온 눈쯤 되어야 첫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들의 전화로 시작된 일요일.
눈길이 미끄러우니 오늘은 교회 가지 말라고.
핑계가 좋아서 다시 늦잠 실컷 자고 일어나
이 한가로운 여유를 어떻게 보낼까를 잠깐 생각하고
명숙씨가 올려준 로져 와그너의 합창을 집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던 시가 생각나서 평과 함께 보내 드립니다.


눈 오는 집의 하루        시인 김 용택

아침에 밥 먹고  또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또 밥 먹는다.

살면서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얼마나 여유 있고 행복한 시간인가.
책을 보다가 눈을 보다가
라면이라도 한 그릇 끓여 먹다가 잠깐 잠을 자다가
방문을 열고 또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궁금한 사람한데 전화 한번 걸고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또 바라보다가 잠이 드는
이런 날이 일년에 단 하루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늘을 우러러 보니 제게는 부끄러움만 가득 합니다.
     평  :         시인         정 호승    



李明淑 (2005-12-04 20:04:31)  
내가 좋아하는 김용택시인이군요.
시 씀네하고 폼잡지 않는 그의 꾸밈없는 시가 좋아요.

첫눈에 얽힌 사연들, 잊지못할 추억들이 금년엔 유난히 가슴아리게 하네요.
신옥씨 말씀대로 "성 아무개"라는 老閨秀詩人의 시 한 수가
맑게 갈아앉은 조용한 늙은이 가슴속을 휘저어 놓았기 때문인지요?

녹은 눈이 유리판처럼 먈갛게 얼어 붙은 위를 문자 그대로 엉금엉금...
가까스로 성당 다녀왔답니다 (^_^)
정주영 (2005-12-05 06:50:54)  
하아얀 눈이 온 천지를 덮으면
난 집안에서 한가하게 머므르지 못하고 나가 돌아다닙니다.
강아지가 눈이 오면 눈속을 뛰어다니듯.

옛날엔 그랬었습니다.
4년전 Xmas 날에 집앞 산이 새하얗게 변한것을 보고 하도 좋아 뛰처나갔다가
아차 넘어저 한달남짓 팔목에 기부스를 하고 다닌 후론 눈만 오면 두문불출입니다.

집안에서 경치만 본다는게 여간 답답한것이 아니지만
저도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서 수양을 해야 하나봅니다.

눈온날은 엉금엉금 기어다니는것도 위험합니다.
성정자 (2005-12-05 20:11:48)  
정확히 말해서 서울의 첫눈은 3일 밤 9시30분 부터 내리기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내렸지요.그 시간 미친듯이 달려나가 전철 타고 명동 들러서 덕수궁 정문앞 까지 갔다 왔다면
누가 믿을까요? 바로 정신 나간 사람이지...
어느날 일기 대신해서 한줄 쓴것을 시 라고들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첩첩이 감춰
놓고 간직하던 속내를 들어내 보여 부끄럽습니다.
성정자 (2005-12-05 21:22:54)  
신옥씨 ! 인사가 빠저서 한마디 더 씁니다.
김용택씨의 꾸밈없이 순박한 시가 너무 좋고,시평에서 시를쓴이 만큼이나 느긋하고
여유러운 평소의 신옥씨를 느꼈습니다 !
모자쓴 모습이 유난히 멋 스러웠던 신옥씨 한번 만나고 싶네요 !
정주영 (2005-12-08 05:59:26)  
그길(명동~덕수궁돌담길)은 저도 많이 겉던 추억의 길입니다.
군밤 사서 오바주머니에 넣고 까 먹고 다니던.
옛날 옛적에.......
김인수 (2005-12-09 00:21:40)  
여유롭고 느긋하게 이시간 만은 즐기면서 행복하게~~~이신옥씨 마음의 여유 많이 생겨
고맙습니다.또 즐겁기도 하내요.
성정자 잘 다녀 왔다. 그런 실재 경험은 만인의 호응과 감동을줄 밀도 높은 정의 승화된
꽃송이를 피울 원천 이 될꺼야. 일기장이 날로 page가 늘어갔으면 하고 기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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