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스타벅스와 ''실버벅스'' (퍼옴)
분당의 어느 커피숍에 갔을 때 일이다.
70대 어르신이 정한 약속 장소였는데, 실내 인테리어가 아주 세련되고 감각적이었다.
점원이 다가와 물었다.
"뭘로 드릴까요?" 어르신이 대답했다.
"쌍화차." 순간 내 표정은 그야말로 ''대략 난감''.
다방이 아닌 이런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에서 쌍화차를 주문하시다니.
그 다음 어르신의 말씀은 점입가경이었다. "계란 넣어서."
주문받는 젊은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점원은 "네!" 하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카페에는 계란 넣은 쌍화차가 준비돼 있는 것이었다. 아~ 나만 몰랐던 것일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국민 5명 중 1명꼴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노인을 고객으로 하는 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 커피 프랜차이즈점은 대대적인 리뉴얼과 함께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커피숍에서 음식점처럼 손을 닦을 수 있는 물수건을 제공한다.
노인 고객에 대한 눈높이 서비스를 고민하는 일본을 보면서 노인을 사회적 짐으로만 인식하는
우리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던 차였는데,
젊고 발랄한 분위기의 커피숍에서 쌍화차가 나오는 풍경은 내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는 어느 세월에 꽃피려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고객이 있는 곳에서 서비스는 서서히 재편되고 있었다.
세련된 카페와 쌍화차의 조합은 노인 서비스에 대한 멋진 힌트다.
지역에 따라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고객은 이미 멋쟁이
노인들로 대체되고 있으니 말이다.
[조연미 ''시니어 통''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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