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周泳(2009-05-05 22:45:55, Hit : 2128, Vote : 400
 조상(祖上)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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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조상(祖上) 매



조선시대에 자식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의 하나로 ''조상매''라는 게 있었다.
  


자식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조상(祖上)의 묘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종아리를 걷은 다음 자식에게 회초리로 치라고 명령했다.


자식을 잘못 길러 조상들께 누를 끼쳤기 때문에 대신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조상매로 비행 자식을 다스리는 장면이 문학작품에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꽤 유행했던 풍습인 모양이다.




  자식의 벌을 아버지가 대신 받는다는 내용은 마을 자치규약인 ''향약''에도 나온다.


미성년자가 부녀자를 희롱하거나 싸워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의


아버지를 동네사람들 앞에 불러놓고 창피를 줬다.


이를 ''만좌면책(滿座面責)''이라고 했다.




  첨단 정보화 시대에 웬 고리타분한 얘기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조상매와


만좌면책에는 간단치 않은 뜻이 담겨 있다. 자식이 부모를 때리거나 남우세 당하는
  


패륜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고,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라는 의미다. 부모 또한 자식을 잘못 가르쳐 사회에 해를 끼쳤으므로


스스로를 문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공동체와 자신에 대한 책임을 무서울 정도로 강조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조상매 비슷한 것이 현대 서양에서도 도입된 적이 있다.


미국 오리건주의 한 소도시에서 아이들이 비행을 저질렀을 경우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고 무관심이 심하면 체형을 가했더니 비행이 40% 가까이 줄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자식에 대한 높은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겠지만 요즘 일부 부모들의


자식 사랑 방식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기죽이지 말고 최고로 키워야 한다''는
  


시류에 무작정 휩쓸리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버릇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과보호되는 외둥이가 급증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무리를 해 가면서 아이들에게 비싼 옷 입히고 좋은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부모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다면 사랑이 지나쳐 독이 되지
  


않을지 어린이날을 맞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행여 우리 아이들이 남에
  


대한 배려나 책임감이 부족한 ''반쪽 인간''으로 커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 하는
  


얘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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